ADVERTISEMENT

[단독] 경상국립대, 국내 첫 '지역의사전형' 뽑는다…"10년 의무근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 사진 경상국립대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 사진 경상국립대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이 2025학년도부터 졸업 후 10년 간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는 ‘지역의사전형’을 신설해 의과대학 신입생을 일부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사전형이 도입되면 국내 최초로 의대 졸업 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의사 양성 시스템이 마련되는 셈이다.

“첫 선발은 10명 내외의료 인재 지역 정주율 높일 것”

권 총장은 26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역의사전형은) 처음 시작하는 제도인 만큼, 2025학년도에는 정원의 5% 수준인 10명 내외에서 시작해보고 향후 (모집 정원은) 탄력적으로 운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사전형은 지역 출신 학생이나 지역의료에서 일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고교생을 지역 의대가 별도 전형으로 선발한 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장학금·교육비 등을 지원해 의사로 키우고, 졸업 후 일정 기간을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대입 제도다.

경상국립대는 정부의 증원 배분에 따라 내년부터 의대 정원이 76명에서 200명으로 124명 늘어난다. 충북대(49명→200명)에 다음으로 확대 폭이 크다. 이렇게 늘어난 의대 정원을 활용해 지역 의사를 키우는 대입 전형을 만들겠다는 게 대학 측의 계획이다.

권 총장은 “졸업 후 10년 정도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고, 교육비 등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선발 단계부터 교육비·장학금 등을 모두 지원하는 조건으로 ‘지역의료 의무 근무’ 기한과 책임을 명시해 졸업 후 지역 정주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복지부도 긍정적“다른 거점국립대도 도입 전망”

25일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이주호 사회부총리(왼쪽)와 조규홍 복지부 장관. 사진 교육부

25일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이주호 사회부총리(왼쪽)와 조규홍 복지부 장관. 사진 교육부

정부에서도 의대생의 지역 정주율을 높이기 위해 지역의사제를 검토해온 바 있다. 국회에도 지역 의무 근무를 골자로 하는 ‘지역의사양성을 위한 법률안’ 등이 계류돼 있다.

법안 통과와 별개로 학생 선발 방식과 의무 근무 기한 등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졸업 후 기업에 취업하는 계약학과도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맺어 대학이 선발하고 기업과 함께 육성하는 방식”이라며 “대학이 지자체와 협약을 맺어 지자체에 필요한 의료 인력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5일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을 방문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조규홍 복지부장관,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도 권 총장의 지역의사전형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총장은 “경상국립대가 지역의사제도를 시작하면 다른 지역거점국립대에서도 해당 전형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직은 구상 단계일 뿐이지만 차후엔 인력이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도 ‘필수의료전형’ 트랙으로 선발해 지역의 해당 분야에서 의무 근무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려 한다”고 했다.

일본 2007년부터 지역의사전형 도입87%가 지역에 남아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국내에선 처음으로 시행하는 대입 제도지만, 일본에선 2007년부터 지역의사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요청으로 일본 후생노동성이 보낸 자료에 따르면 2017~2018년 지역의사전형(지역정원제)을 통해 선발한 학생의 87.8%가 졸업 후에도 지역 의사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 출신 졸업자가 지역에 남는 비율(38.3%)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2007년 의대 정원(7625명)의 2.3%인 173명을 지역의사전형으로 뽑았던 일본은 2022년에는 이 전형의 선발 인원을 전체 정원의 18.6%인 1736명까지 늘렸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해 11월 조사한 결과 지방국립대 중 의학부가 있는 42개 대학 가운데 37개 대학이 지역의사전형을 시행하거나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일본의 경우 선발 과정에서 지역의료에 특별히 관심 있는 사람을 뽑을 뿐 아니라, 재학 기간 동안 지역의료와 관련한 훈련·연수 등 지역의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경력을 대학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며 “지역의사전형을 선택해 선발된 학생들이 지역 의료에 봉사하겠다는 초심을 지키면서 자긍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